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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ICIJ 공동 프로젝트 ‘조세도피처의 한국인들 2016’ 5차 보도자료2016.04.26

알권리와 언론 자유를 위해 노력하시는 모든 분에게 알려드립니다.

2.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함께 지난 8개월 동안 진행해온 공동 프로젝트 <조세도피처는 파나마 법률회사 모색 폰세카의 유출 자료에서 하이디스 매각 과정과 연관된 것으로 의심되는 페이퍼 컴퍼니를 발견했습니다.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BVI)에 설립된 이 회사의 이름은 ‘C&H 트레이딩’(C&H Trading ltd.)이며 설립 일자는 2003년 4월 16일입니다. 이 회사는 1달러 짜리 주식 2주를 발행했으며 당시 하이디스 사장 최병두 씨와 중국인 한궈진(Han Guajin) 씨가 각각 1주 씩을 소유했습니다. 중국인 한궈진 씨는 당시 하이디스를 인수했던 중국 BOE 그룹의 임원으로 확인됐습니다. 회사 이름인 ‘C&H 트레이딩’은 두 사람의 이름 앞 글자를 따서 지은 것으로 보입니다. 회사 설립을 중개해 준 업체는 홍콩에 소재한 법률 사무소 ‘Chiu&Partners Soicitors’ 입니다.(참고자료1)

두 차례 걸친 하이디스 매각 과정에 이용된 페이퍼 컴퍼니일 가능성 높아

3.2. ‘C&H 트레이딩’이 설립된 2003년 4월은 하이디스가 중국 BOE 그룹에 매각된한 모종의 작업이 있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합니다. 5년 뒤 하이디스가 다시 타이완 E-ink 사에게 매각된 직후에도 이 회사를 이용한 모종의 움직임이 포착됩니다. 매각 7개월 뒤인 2009년 4월 16일 ‘C&H 트레이딩’은 보유하고 있던 ‘하이디스 타이완’ 주식 50만 주를 한국 하이디스에 양도합니다. 단순한 페이퍼 컴퍼니가 아니라 두 번에 걸친 하이디스의 매각 과정에 실제로 중요하게 이용된 회사라는 점을 방증하는 정황입니다. ‘C&H 트레이딩’은 그로부터 5개월 뒤인 2009년 9월 1일 청산됩니다.

최병두 씨, ‘C&H 트레이딩’ 청산 6개월 전 사모아에 또다른 페이퍼 컴퍼니 설립

3.3. 뉴스타파는 모색 폰세카의 유출자료에서 한국인 최병두 씨가 연관된 또 다른 페이퍼 컴퍼니 ‘Grace Pacfic ltd.’를 발견했습니다. 이 회사는 또 다른 조세 도피처인 사모아에 설립됐으며 이사와 주주는 모두 한국인 최병두 씨로 되어 있습니다. 이 회사만 하이디스는 과거의 일이라 현재의 하이디스와는 무관하다는 입장만을 전해왔습니다. 최병두 전 사장의 경우 여러 경로로 소재를 수소문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참고자료2, 3)

해외 먹튀 자본이 조세도피처 이용한 탈법 저질렀는지 철저히 밝혀야

3.4. 하이디스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했던 회사지만 두 차례에 걸친 해외 자본에의 매각 과정을 거치면서 껍데기만 남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하이디스가 보유한 특허에 대한 대여료 명목으로 한 해 천 억 원 이상의 수익이 발생하고 있지만 대만 자본 E-ink 사는 경영 환경이 어렵다며 공장 폐쇄와 정리 해고를 감행했습니다. 그 결과 한 때 2천 명을 상회하던 하이디스의 정규직 노동자 수는 현재 4명 밖에 남지 않은 상태입니다. 하이디스의 해고 노동자들은 지금도 계속 노숙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의심스러운 조세도피처 페이퍼 컴퍼니들의 주주이자 이사로 등재된 최병두 전 사장은 하이디스의 핵심 기술 200건을 포함, 모두 4,331건의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방조하고 지시한 혐의로 2009년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던 인물입니다. 하이디스의 매각 과정에 조세도피처를 이용한 탈법이나 편법이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철저히 조사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이디스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이유정 기자의 리포트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링크)

삼성 테크윈 및 현대 로템, 조세 도피처 페이퍼 컴퍼니와 거래

4.1. 뉴스타파는 모색 폰세카의 유출 자료에서 국내 굴지의 방위 산업체 분야 대기업들이 무기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조세도피처의 페이퍼 컴퍼니와 거래했음을 보여주는 계약서를 발견했습니다. 삼성 테크윈(현 한화 테크윈)은 2001년 터키에 K-9 자주포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현대 로템은 2009년 역시 터키에 K-2 흑표전차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조세도피처의 페이퍼 컴퍼니와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삼성 테크윈이 계약을 체결한 페이퍼 컴퍼니는 2001년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설립된 ‘코오롱 리미티드’, 현대 로템이 계약을 체결한 컴퍼니는 2003년 역시 버진 아일랜드에 설립된 ‘KTR 리미티드’입니다. 모색 폰세카 유출 문서에 따르면, 삼성 테크윈과 현대 로템은 모두 이 페이퍼 컴퍼니들과 ‘독점적’ 중개 계약을 맺었습니다. 계약 내용을 보면 이 페이퍼 컴퍼니들은 삼성 테크윈과 현대 로템의 무기 수출 과정에 따르는 현지 컬설팅과 물자 조달 등을 맡기로 했습니다.

터키 무기 중개 업체의 조세 도피처 페이퍼 컴퍼니와 계약

4.2. 이 두 회사를 설립한 것은 사실 한 회사인데, 터키 현지의 무기 중개 업체인 ‘KTR 리미티드’입니다. 이 회사는 1987년 설립돼 한국 기업 코오롱의 탄약 수출 과정을 중개했고, 그 뒤 지속적으로 한국 방산 업체들과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이름도 설립 당시 코오롱을 따서 ‘코오롱 리미티드’였다가 이후 ‘KTR 리미티드’로 바꿨습니다. 실제 이 회사의 홈페이지를 확인해보니 첫 화면에 게시된 주요 거래 파트너들은 모두 한국의 방산 대기업들이었습니다. 이 회사가 버진 아일랜드에 자신과 동명의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었는데, 모 회사의 이름을 딴 유령회사 두 개를 만든 것입니다. 계약서를 작성해 준 곳은 터키 KTR의 법률 대리인인 모색 폰세카였습니다.

스위스 은행에 계좌.. 주주와 이사는 모두 차명 뒤에 숨어있어

4.3 삼성 테크윈과 현대 로템이 계약을 맺은 페이퍼 컴퍼니들은 모두 스위스 UBS 은행에 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나옵니다. 회사의 주주는 ‘Bearer’, 즉 무기명으로 되어 있었고, 회사의 이사는 차명 서비스에 전문으로 이름을 빌려주는 인물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실제 수천 개 회사에 이사로 등록이 돼있습니다. 회사의 주소 역시 수천 개 회사가 등록되어 있는 버진 아일랜드 아카라 빌딩이었습니다.

한화 테크윈, 현대 로템 “조세도피처 회사와 거래 안했다”

4.4. 국제 무기 거래에는 로비 자금과 리비에트, 킥백 등의 명목으로 막대한 뒷돈이 오간다는 게 정설입니다. 이사와 주주를 차명으로 숨겨놓고 스위스 은행에 계좌까지 만든 수상한 페이퍼 컴퍼니가 이러한 뒷돈과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뉴스타파는 삼성 테크윈(현 한화테크윈)과 현대 로템에게 왜 조세도피처의 페이퍼 컴퍼니와 계약을 했는지 질의했으나 두 기업 모두 터키의 ‘KTR 리미티드’와 거래를 했을 뿐 조세 도피처에 있는 페이퍼 컴퍼니와 거래를 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뉴스타파는 터키의 ‘KTR 리미티드’에도 질의서를 보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뉴스타파가 질의서를 보낸 직후 ‘KTR 리미티드’는 홈페이지에 자신들의 사업 파트너라고 이름을 올렸던 한국의 대형 방산업체 목록을 모두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삼성 테크윈, 현대 로템과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정재원 기자의 리포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링크)

참고자료

1. C&H trading 이사 및 주주 명부

2. Grace Pacific 이사 선임서

3. Grace Pacific 회사 획득 서류

4. 삼성테크윈 - 코오롱리미티드BVI 독점계약 언급 서류

5. 현대로템 - KTR리미티드BVI 독점계약 언급 서류

6. 코오롱 리미티드 스위스 UBS 계좌 설립 의결 이사회 회의록

# 문의 : 심인보 기자 (010-3132-2651) 정재원 기자 (010-3258-3227)

※ 보도 자료 원문(PDF)

2016년 4월 25일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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