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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후보자 청문회 보도와 관련해 말씀드립니다 | 2019.07.10 |
윤석열 후보자 청문회 보도와 관련해 말씀드립니다.
‘진실의 수호자’ 뉴스타파 회원님, 안녕하십니까.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 대표 김용진입니다.
어제오늘 많은 전화를 받았습니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저희 보도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도 봤습니다.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뉴스타파의 존재 의미는 무엇일까?
뉴스타파는 무엇을 어떻게 취재보도할 것인가?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져봤습니다. 7년 전 뉴스타파 출범 이후 지금까지 계속해오던 고민이었지만 이번엔 그 고민의 깊이가 더 컸습니다.
전화 주신 분들 가운데 대다수는 회원님들이었습니다. 격려를 해주신 회원님도 계셨지만 저희 보도에 대한 우려와 걱정을 표명하신 분들이 다수였습니다. 상처를 받았고 화가 난다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의견 주신 분들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 다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짧게는 10분, 길게는 한 시간 넘게, 대화를 나눴습니다.
어떤 회원님은 납득하지 못하셨고, 어떤 회원님은 저희 보도의 취지를 수긍하셨고, 어떤 회원님은 좀 더 지켜보겠다고 얘기하셨습니다.
이렇게 회원님 한분 한분 뵙고 얘기를 나누고 싶지만, 오늘 우선 이렇게 메일로 전화 주셨던 분들과 나눴던 내용을 추려 몇가지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청문회 날 밤에 왜 보도를 했느냐는 질문이 많았습니다. 과정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청문회는 7월 8일 열렸지만 청문회 전에 국회청문위원들이 서면질의서를 사전에 후보자 측에 보내는 절차가 있었습니다. 청문위원 5명이 윤석열 후보자 측에 이른바 ‘윤우진 뇌물의혹 사건’ 당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한 적이 없었냐는 질문을 보냈습니다. 후보자 측은 7월 5일 서면답변을 국회에 보냈습니다. 회원님께서 잘 아시다시피 저희 주요 업무 중 하나는 고위공직자 검증입니다. 청문회 등이 열리면 관련 자료를 입수해 꼼꼼히 살핍니다. 뉴스타파 한상진 기자가 자료를 검토했습니다. 그리고 서면답변서에서 윤 후보가 윤우진 전 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한 적이 없다고 기재했는데, 이 부분이 석연찮다고 저에게 보고했습니다. 한 기자는 2012년 주간동아 기자 시절 해당 사건을 취재한 적이 있는데, 당시 전화인터뷰에서는 윤석열 검사가 분명히 변호사를 소개했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겁니다. 한 기자가 해당 인터뷰 녹취파일을 찾아서 다시 들어봤습니다. 당시 인터뷰에서 윤석열 검사는 후배인 이남석 변호사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한상진 기자에게 또렷이 얘기했습니다.
“윤우진을 만나서 자초지종을, 얘기나 한번 들어보고 변호사로서 니가 볼 때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 좀 해봐라...니가 만약에 선임을 할 수 있으면 선임을 해서 좀 도와드리든가...이렇게 했단 말이에요”
저희 보도에서도 나온 것처럼 윤 후보자는 당시 이남석 변호사에게 사전에 문자도 보내라고 당부했다는 등 상세하게 당시 상황을 얘기했습니다.
2012년엔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자세히 말한 분이 왜 국회 답변서에는 “윤 전 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해 준 사실이 없습니다”라고 단 한 줄로 단호하게 썼는지 의아했습니다. 아마 국회 서면질문과 답변 내용을 후보자가 직접 챙기지 못하고 청문회 준비팀에서 임의로 작성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습니다.
한상진 기자에게 8일 국회에서 열리는 청문회를 취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왜냐하면 윤우진 사건은 검찰 수장이 될 윤 후보자가 그 관문에서 반드시 털고 가야할 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윤우진 사건은 세간의 기억에선 사라졌지만 결코 가벼이 볼 사건이 아닙니다. 현직 세무서장이 뇌물수수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 갑자기 해외로 도피했다가 8개월 만에 불법체류로 체포돼 국내로 압송됐으나 경찰로부터 사건을 인계받은 검찰이 2년 뒤에 슬그머니 무혐의 처리했기 때문입니다. 매우 튼튼한 소위 ‘빽’이 없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란 게 당시 주변의 평가였습니다. 참고로 무혐의 처분이 났을 당시 보도된 이 기사를 보시면 왜 그런지 이해 하기가 쉬우실 겁니다. 윤우진 서장의 동생은 윤대진 현 법무부 검찰국장이고, 아시다시피 윤석열 후보자는 윤대진 검사와 막역한 사이입니다. 또한 윤 후보자가 당시 후배인 이남석 변호사를 윤우진 서장에게 소개했다는 의혹이 있었고, 언론 인터뷰에서 스스로 그랬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7월 8일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예상대로 오전부터 여야 청문위원 여러 명이 윤우진 사건과 관련한 부분을 질의했습니다. 윤 후보자는 서면답변과 마찬가지로 예전 인터뷰 내용과는 전혀 다른 답을 내놨습니다. 한상진 기자가 후보자 측에 예전과 다른 답변을 하는 이유를 전화와 문자 등으로 여러차례 물었습니다. 답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계속 설명을 요청했습니다. 저녁 늦게 한 청문회 준비팀 관계자로부터 문자가 왔습니다. “싫습니다”. 이 네 글자가 답이었습니다. 이후 국회에서 한상진 기자가 청문회 휴식 시간에 마침 윤석열 후보자와 마주쳤습니다. 윤 후보자에게 직접 물었지만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저희는 윤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윤우진 관련 부분을 이런 식으로 넘겨버린다면 앞으로 본인이나 검찰 조직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수 있고, 국민과 임명권자에 대한 후보자의 도리가 아니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검찰 최고 책임자가 될 분이 동일한 사안을 두고 과거와 현재 180도 다른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그냥 넘어가는 건, 저희 뉴스타파의 도리도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리포트로 제작했고, 완성해서 업로드 한 때가 밤 늦은 시간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득이하게 설명이 길어졌습니다. 결론적으로 보도 시점과 관련해서 어떠한 의도나 고려도 없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저희는 윤 후보자가 이 문제를 사실대로 증언하고, 깔끔하게 털고 넘어가기만을 기대했을 뿐입니다.
회원님들이 전화 통화에서 두 번째로 거론하신 부분은 보도 시점과도 결부된 문제인데, 저희가 자유한국당 청문위원과 사전 교감을 하지 않았느냐는 것입니다. 이 말씀을 듣고 무척 가슴이 아팠습니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저희들이 회원님과 쌓은 신뢰가 아직 부족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많이 반성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 자리를 빌어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저희가 그렇게 할 아무런 이유나 동기가 없고, 그렇게 어리석지도 않다는 점입니다. 다만 언론이 일단 보도를 하면 그 기사는 공론장에 던져지는 것이고, 그것을 누가 어떻게 활용하는 것까지 저희가 제어하거나 통제하기는 불가능합니다. 물론 뉴스타파 보도를 자유한국당 의원이 청문회장에서 틀고 인용하는 낯선 풍경이 연출되면서 결과적으로 많은 분들에게 상처를 주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희 이전 다른 보도들이 그 반대의 상황에서 훨씬 더 많이 인용되었다는 점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국회에서의 인용뿐만이 아닙니다. 저희의 국회 세금도둑 추적 보도를 토대로 시민단체들이 주로 자유한국당 소속인 국회의원 6명을 횡령 등 혐의로 고발한 바 있습니다. 또 저희의 박수환 문자 보도를 증거로 시민단체들이 조선일보 간부들을 역시 고발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과정이나 명분이야 어쨌든 결과적으로 저희 보도가 심려를 끼친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말씀 드리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을 최소화하면서 회원님들과 함께 저희 보도 목적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성찰에 성찰을 거듭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취재 기자가 이전에 일했던 언론사의 성향 때문에 이번 기사의 의도에 의문을 품는 견해도 있었습니다. 뉴스타파에는 기성언론에서 일하다 여러 한계를 느끼고 온 기자들이 대다수입니다. 올바른 저널리즘을 수행하기 위해 모두 돌아갈 다리를 불사르고 왔습니다. 기자로서 제대로 활동할 공간은 여기 뉴스타파밖에 없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어디 출신이라고 색안경을 끼고 볼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모두 독립언론 뉴스타파 기자일뿐입니다.
저희들이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를 매도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뉴스타파와 윤 후보자는 엄혹했던 시절 맺은 좋은 인연이 있습니다. 저희 뉴스타파는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국정원 댓글 사건, 나아가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을 추적, 폭로했고, 이는 정치권에도 큰 이슈가 됐습니다. 저희 보도로 검찰에 특별수사팀이 구성됐습니다. 이 때 수사팀장이 윤석열 검사였죠. 검찰 수사팀은 저희 국정원 취재팀에게 국정원 댓글 공작 관련 데이터 수집 방법을 문의했고, 공조를 한 바 있습니다. 당시 수사팀을 이끌었던 윤석열 검사와 박형철 검사는 사실상 박근혜 정부의 역린을 건드리기 시작했고, 검찰 상부와 정권의 집중 탄압을 받았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며 검사로서의 자긍심, 능력, 강직함 등 윤 후보자의 여러 면모를 저희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어떠한 흠결이나 의혹도 깔끔하게 털어내고 모든 국민들의 여망인 검찰 개혁을 이끌어 가는 주역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보도를 한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에는 크고 작은 언론사가 수천 곳이 있습니다. 여기에다 수많은 팟캐스트, 유튜브 방송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이런 매체 환경 속에서 정파성과 이윤동기를 최대한 배제하고 상식과 양심에 따라, 최대한 옳고 그름을 판별해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취재 보도를 할 수 있는 언론 모델을 적어도 하나는 굳건히 만들고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미력이나마 보다 나은 세상을 회원님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려고 합니다. 이것이 저희들이 지난 7년 간 가다듬은 뉴스타파의 존재 이유입니다.
조만간 영화 ‘김복동’ 회원초청 시사회 초청과 (가칭) 독립언론협업센터 개소식 소식으로 여러분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비가 내리고, 기온 변화가 심합니다. 무엇보다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2019년 7월 10일 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 대표 김용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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