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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혼자 산다" 3년동안 10번째 인연을 쌓다 | 2020.11.06 |
열 번째 인연을 쌓았습니다. 갑자기 추위가 찾아온 2020년 11월 4일(수) 오후,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함께센터 1층 북카페. 재단법인 뉴스타파함께센터 (이하 뉴스타파함께재단, 이사장 김중배)가 2명의 새로운 독립감독을 만났습니다. 대학원에서 영화를 전공하는 젊은 감독과 10년 넘게 다큐를 제작해 온 중견 감독이었습니다. 2020년 우수 독립다큐멘터리 공모에 뽑힌 두 독립감독에게 제작비를 전달하는 자리였습니다.
▲공모작 수상 독립감독과의 기념사진 (가운데 김중배 이사장, 왼쪽 두 번째 이준용 감독, 오른쪽 세 번째 박동덕 감독)
이날 김중배 뉴스타파함께재단 이사장은 시인 신경림을 회상하며 이런 말을 꺼냈습니다.
“독립은 고립을 뜻하지 않습니다. 기회 있을 때마다 뉴스타파가 독립언론을 주장하는데, ‘독립은 혼자서 되는 게 아니다’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홀로 있으면서도 더불어 살 수 있는, 그것이 진정한 독립이고 독립을 보장할 수 있는 바탕이라고 생각합니다. “
- 김중배 뉴스타파함께재단 이사장
<농무>로 잘 알려진 시인 신경림은 2012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슷한 말을 남겼습니다. ‘더불어 혼자 산다’는 신경림의 인생과 시 세계를 이루는 고갱이입니다.
“사람은 결코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사람은 개인이며, 마지막 책임은 결국 자기 자신이 져야 한다. 하지만 남과 함께 살지 않는 삶이라는 건 이 세상에 살 수 없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사람은 남과 더불어 혼자 산다’는 것이다. 말이 이상하지만 이 ‘더불어 혼자’ 산다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2012년 6월 29일 신경림, 문화일보 인터뷰 중
뉴스타파함께재단은 뉴스타파와 같은 자본권력과 정치권력에서 자유로운 독립언론을 지원할 목적으로 지난 8월 설립했습니다. 독립은 재단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독립(獨立)은 고립(孤立)을 뜻하지 않습니다. 홀로 서는 것이 독립이지만, 그렇다고 홀로 이룰 수 없는 것이 또한 독립입니다.
“혼자 독립할 수 없는 독립, 바로 독립의 아이러니잖아요. 독립이라는 게 홀로 서라는 건데 그러나 정말 독립을 홀로 이룰 수 없는 것이 독립이라는 것을 우리가 서로 잘 인식을 해야 할 거 같습니다. “
- 2019년 1월 17일 김중배, 뉴스타파와의 인터뷰 중
“독립은 혼자 서는 것을 의미하지만 실제는 혼자 서려고 하면, 혼자 설 수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함께 하지 않으면 독립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 2019년 8월 14일 김중배, 뉴스타파함께센터 개소식 축사 중
뉴스타파함께재단이 독립언론과의 연대와 협업을 제1의 미션으로 새기고 있는 이유입니다. 재단의 독립다큐 지원은 크게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하나는 다큐를 제작하고 취재하는 데 독립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가 매우 중요한데, 다큐의 원 저작자인 독립감독의 저작권을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 김중배 이사장이 이준용 독립감독에게 독립다큐 제작 지원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이번에 선정한 우수 독립다큐는 두개 작품입니다. 박동덕 감독, 정영미 작가가 취재하고 있는 <아주 이상한 학교, 삼무곡청소년마을> 그리고 이준용 감독, 김상규 프로듀서가 준비하는 <후방 땅>입니다. 박동덕 감독의 다큐는 강원도 삼척 삼무곡청소년마을이라는 공동체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의 일상을 통해 우리 사회가 직면한 기성 교육시스템의 문제를 반성적으로 성찰하고자 합니다. 또 이준용 감독은 강원도 철원 민통선 부근에 사는 한 할머니의 삶을 통해 우리 사회 개발주의의 모순과 분단의 상흔을 동시에 보여주려고 합니다. <아주 이상한 학교>는 내년 여름, <후방 땅>은 내년 겨울쯤 뉴스타파 <목격자들> 프로그램으로 방송합니다.
“짜여진 커리큘럼대로 공부시키지 않는 이 학교를 우리는 ‘이상학 학교’라고 불러요. 하지만 삼무곡학교 학생들이 보면 우리 기성교육 시스템이 ‘이상한 학교’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작품이 우리 사회에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넣었으면 해요”
- 박동덕 독립다큐 감독
▲지원증서 전달 이후 독립감독과의 대화
거대 상업 영화 자본에 맞선 독립다큐 감독의 길은 언제나 고단합니다. 더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제작 여건이 악화된 올해, 독립다큐의 현실은 더욱 힘겨워 보입니다. 뉴스타파가 독립다큐 감독과 인연을 쌓기 시작한지 이제 3년이 됐습니다. 2018년 첫 제작비를 전달한 이후, 지금까지 독립감독 10명에게 각 1천만 원의 제작비를 지원했습니다.
3만 4천 명 뉴스타파 회원들이 마련한 후원회비가 척박하고 무너진 언론생태계에서 ‘씨앗’이 되었고, 그것이 무럭무럭 자라 우리 사회 구석구석을 비추는 다큐작품이라는 ‘열매’를 맺으며, 모든 시민들이 ‘함께’ 나눴습니다. 올해까지 10명이었지만, 내년에는 20명, 30명의 독립감독과 더많은 인연을 쌓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리 재단이 이런 정도의 일을 한다고 해서, 당장 독립이 고립이 안 된다는 보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현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적으나마 뜨거운 심정으로 함께 씨앗을 뿌리고자 이렇게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정말로 알찬 열매가 맺기를 또 희망하고 있습니다. 이게 주제넘고 당찬 짓인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이라는 게 그래서 또 살아가는 게 아니겠습니까”
- 김중배 뉴스타파함께재단 이사장
글 : 장광연 뉴스타파함께재단 사무국
촬영 : 정형민 뉴스타파 영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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