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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수호자, 후원회원님께 김용진 대표 서한2015.07.29

’의 서문 격인 ‘자화상’의 첫 구절입니다. 예전 ‘친일문학론’을 접했을 때 이 구절을 선뜻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끝까지 붓을 꺾은 작가’가 왜 ‘친일문학론’을 흥미롭게 읽고, 승리감에 새삼스러운 감격과 희열을 느낄까? 이 구절을 곱씹어 보다 한참 만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일제 암흑기에 어쭙잖은 붓으로 식민체제에 순응하거나 나아가 부역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끝까지 붓을 꺾은 게 결국 역사의 길에서 승리한 것이었다는 의미였습니다.

적합한 비유가 될지 두렵습니다만 저희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 구성원들도 현재 권력과 자본의 지배하에 있는 거대 언론매체에서 굴종의 붓과 간사한 혀를 놀리기보다는 임종국 선생님의 말씀처럼 붓을 꺾고 입을 다무는 게 바른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일제 치하에서 끝까지 붓을 꺾은 선열들은 대일 무장투쟁에 나서거나 정 안 되면 은둔의 길을 택했습니다. 하지만 저희의 형편은 그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았습니다. 주류언론이 주는 안락함과 달콤함은 던져버렸지만 그래도 독립언론, 탐사매체라는 공간에서 다시 붓을 세우고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3만5천여 후원회원님들의 지지와 성원 덕분입니다.

이처럼 회원님들께서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신 덕분에 저희는 국정원 정치개입, 전두환 장남 전재국의 해외비밀계좌, 국정원 간첩조작 등을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삼성본관이 주소로 된 스위스 비밀계좌를 폭로하고, 정부발표에 앞서 메르스 병원을 공개할 수 있었습니다.

해방 70년 8.15 기념일이 2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임종국 선생님께서 ‘친일문학론’을 발간해 친일파 연구의 초석을 마련하신 지도 어언 50년이 돼 가는군요. 저희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다음 주 목요일(8월 6일)부터 친일파 후손의 현재를 추적하는 ‘해방 70년 특집기획 4부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근 영화 ‘암살’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요. 친일 거두와 식민지배 원흉을 처단하는 얘기는 허구 속에서나마 잠시 우리의 맺힌 가슴을 뚫어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 우리 역사는 해방 70년이 되도록 제대로 된 일제 청산 없이 흘러왔습니다. 저희는 지난 8개월 동안의 취재를 통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친일반민족행위자의 후손 천여 명을 찾아냈습니다. 물론 지금 와서 이들의 면면을 낱낱이 들춰내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친일반민족행위라는 뿌리가 우리 사회에 어떻게 살아남아 커 가고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이 시대 진정한 친일청산의 의미를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이번 주말부터 예고 영상도 올릴 예정이오니 주변에 많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뉴스타파가 회원님들의 소중한 후원회비를 받기 시작한 게 지난 2012년 7월이었습니다. 어느덧 만 3년이 지났습니다. 한결같이 저희 뉴스타파를 후원해 주신 회원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저희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 구성원들은 앞으로 10년, 30년, 영원히 초심을 잃지 않고 회원님들의 소중한 회비의 의미를 되새기며, 진정한 저널리즘 복원과 국민의 알권리 수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무더운 날씨에 건강 유의하시고 가내 두루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

2015.7.28 뉴스타파 대표 김용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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