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탐사저널리즘 전문 ‘뉴스타파’ 김경래 기자

 

‘친정’ <한국방송>(KBS)의 라디오 진행을 맡은 김경래 <뉴스타파> 기자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친정’ <한국방송>(KBS)의 라디오 진행을 맡은 김경래 <뉴스타파> 기자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우리 사회는 매체들이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매체 간 협업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싶었다. 작지만 특화된 탐사보도 저널리즘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라디오와 협업을 첫 단추로 티브이·신문 쪽과도 외연을 확대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를 기대한다.”

 

지난 28일부터 <한국방송>(KBS) 1라디오(97.3㎒)에서 ‘김 기자의 눈’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김경래(사진) 뉴스타파 기자를 29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2001년 한국방송에 입사한 김 기자는 사회부·경제부 등을 거쳐 2013년 뉴스타파에 합류한 중견 언론인이다. 그는 2015년 ‘삼성 이건희 성매매’를 보도해 우리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기도 했다. 현재 뉴스타파에서 재벌 감시 등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탐사2팀의 팀장이다.

 

2001년 ‘한국방송’ 입사 12년간 근무 
2010년 노조 ‘리셋 KBS뉴스’ 제작 
‘파업’ 이유 중징계…‘뉴스타파’ 5년째
 
최근 친정 ‘한국방송 제1라디오’ 제안 
시사프로그램 ‘김 기자의 눈’ 진행 맡아 
‘온-오프’ 아이템 공유해 시너지 효과”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정권 홍보’ 방송으로 전락했던 ‘친정’ 한국방송은 지난달 뉴스 시사채널의 부활을 내걸고 그에게 진행을 제안해 왔다. 처음엔 작은 조직인 뉴스타파의 인력 손실을 우려해 거절했지만 뉴스타파의 아이템을 라디오로 소화하는 공간을 만들어주겠다는 역제안에 윈윈을 기대하며 수용했다. ‘김 기자의 눈’은 저녁 퇴근길 청취자를 대상으로 오후 5시25분부터 90분간 사회적 현안 2~3개를 심층적으로 다룬다. 이슈와 관련한 전문가나 뉴스타파 기자를 등장시켜 대화를 나누고 청취자들의 의견도 반영한다. 매주 목요일엔 뉴스타파가 심층취재 중인 아이템 가운데 시의성이 적절하고 라디오 매체에 적합한 것을 선정해 소화할 예정이다.

 

뉴스타파는 기본 플랫폼이 인터넷과 유튜브다. 오랜 기간 공들여 심층취재한 뉴스 생산물이 제한적으로 노출되는 이유다. 뉴스타파의 자금줄인 정기 후원회원들도 시사회 때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콘텐츠를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곤 한다. 뉴스타파로선 플랫폼을 넓히는 일이 큰 과제인 셈이다. 그는 지상파 방송사와의 협업에 대해 “뉴스타파 쪽의 필요도 있지만 공영방송사가 시민들에게 채널을 열어주는 원칙과도 부합한다. 뉴스타파의 작은 역량이 거대 방송과 만나 큰 시너지를 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콘텐츠 공유, 공동제작 등 다양한 협업은 시장의 위기를 돌파하는 해법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외국에선 작은 독립언론들이 주류 신문이나 방송 등 ‘레거시 미디어’들과 협업해 성공한 사례들이 많다. 미국의 비영리 인터넷언론인 <프로퍼블리카>는 유력 신문인 <뉴욕 타임스>의 1면 기사를 쓰기도 하고, 프랑스의 독립언론 <메디아파르트>도 주류 매체와의 협업이 활발하다.

 

김 기자는 첫 협업이 실무적으로 만만치 않음을 토로했다. “저작권 문제도 걸리고 이게 하청이냐, 외주냐는 질문도 나온다. 뉴스타파의 콘텐츠를 한국방송에 납품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데스크나 감수는 어디서 할지, 책임 소재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이런 복잡한 실타래가 지속적인 협의 속에 조금씩 풀려가고 있다. 그는 “협업은 상호 신뢰가 중요하다. 콘텐츠 공유가 축적되고 성공 경험이 쌓이면 신뢰도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라디오 진행을 처음 맡은 그는 “생각보다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생방송이어서 시간을 정확하게 초 단위로 끝내야 하는데 갑자기 패널의 말을 끊을 수도 없어서 시간 안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뉴스타파에선 한 주제를 일주일, 한달 동안 지속적으로 깊게 고민하는 훈련을 해왔는데, 이제는 매일 새로운 주제에 대응하기 위해 흥분하지 않고 선입견 없이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추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가 안정된 조직인 한국방송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다 뉴스타파로 옮긴 결정적인 이유는 2010년 출범한 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에서 편집국장으로 일하며 ‘리셋 KBS뉴스’라는 파업뉴스를 만들면서다.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 선거캠프 특보였던 김인규씨가 사장으로 내려온 것에 항의해 파업을 벌이면서 ‘민간인 사찰 문건’을 폭로했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그는 큰 조직이 반드시 좋은 뉴스를 만드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몸으로 확인했다고 한다. 때마침 뉴스타파에서 제안이 왔으나 몇달을 미루며 고민했다.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정직 4개월의 중징계를 받는 일도 겹쳤다(이후 재심사에서 정직 2개월로 줄었고, 올해 초 대법원은 징계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매우 갑갑했다. 큰 조직이 안정적이긴 하지만 그렇게 제약을 많이 받아가며 살 필요가 있을까. 기자로서 조금 자유로운 공간에서 일하는 경험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한국방송이 정권의 언론장악으로 상황이 좋지 않을 때여서 부담이 되기는 했으나 우수 인력이 많아 큰 문제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도 이 생각은 여전하다. 광고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작은 공간을 지속 가능하게 발전시키는 것이 그의 소박한 꿈이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